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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 10만원에 시작해 785억원에 낙찰됐다, JPG 그림파일

by Neckstime 2021. 3. 13.

세계적인 경매업체 크리스티 경매에서 11일(현지 시각) NFT(Non Fungible Tokens·대체 불가 토큰) 디지털 그림이 6930만 달러(약 785억원)에 팔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지금까지 실물이 아닌 NFT로 팔린 작품 중 최고가이자 프리다 칼로, 살바도르 달리, 폴 고갱 등 유명 화가 작품의 경매 낙찰가보다도 더 비싸게 팔린 것이라고 한다.

지난 11일(현지 시각) 크리스티 경매에서 6934만 달러(785억원)에 낙찰된 비플(Beeple)의 디지털 아트 콜라주 작품 '매일: 첫 5000일'. /AFP 연합뉴스

전례 없는 가격에 팔린 작품은 비플(Beeple)이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는 디지털 아티스트 마이크 윈켈만(39)이 제작한 ‘매일: 첫 5000일’(Everydays: The First 5000 Days)이다. 비플이 지난 2007년부터 13년 넘게 만들어낸 5000개 이미지들의 모자이크다.

이번 경매는 지난달 25일 100달러로 시작돼 15일 동안 353건의 입찰을 이끌어냈다. 입찰 첫 8분 동안 20명이 참여했고,입찰가는 100만 달러로 올랐다. 마감 한 시간 전까지 입찰가는 약 1400만 달러에 머물렀다. 마지막 10분이 승부처였다. 2200만 달러에서 수천 달러씩 뛰더니 6934만 6250달러에 결국 낙찰 망치가 울렸다.

크리스티는 이번 거래로 비플이 현존하는 작가 중 제프 쿤스(66)와 데이비드 호크니(84)에 이어 3번째로 비싼 작가가 됐다고 밝혔다. 다만 쿤스와 호크니 작품은 수집가가 경매에 내놓은 것이어서 작가 본인이 단돈 1푼도 받지 못한 반면, 본인의 작품을 직접 위탁한 비플은 돈을 전부 받게 됐다.

비플은 “예술가들은 지난 20년이 넘는 시간 디지털 기기와 기술로 예술 작품을 만들어 인터넷에 배포해왔지만, 그것을 진정으로 소유하고 수집하는 방법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NFT와 함께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며 “나는 우리가 미술사의 다음 장인 디지털 예술의 시작을 목격하고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1766년 설립된 크리스티 경매소는 이번 경매에서 처음으로 대금을 가상화폐로 지불할 수 있도록 했다. 애초 구매자 프리미엄은 전통적인 통화로 지불해야 한다고 공지했으나, 참여자가 늘고 가격을 더 올리면서 이 정책도 바꿨다. 크리스티의 현대미술 담당자 노아 데이비스는 “이번 거래를 위해 이더리움으로 결제할 수 있도록 했다”며 “이게 사실 이 모든 일 중 가장 대단한 일이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NFT는 작품과 구매자의 정보를 블록체인에 기록해 미술품을 디지털 자산으로 바꾸는 암호화 기술을 뜻한다. 거래 기록이 자동 저장되고, 위·변조도 불가능하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가상화폐인 비트코인과 비슷하지만, 동일한 가치로 거래할 수 있는 다른 가상자산들과 달리 대체할 수 없는 별도의 고유한 인식 값을 부여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진품 보증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그림 등 예술작품과 애니메이션, 음악, 비디오 게임 아이템 등 거래에 유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비플은 경매가 시작된 지난달 CNBC와의 인터뷰에선 “누구나 마이클 잭슨의 노래 ‘스릴러’ 파일을 복제할 순 있지만, 그게 노래의 마스터 레코딩(공식적인 원본 녹음)을 소유한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디지털 예술의 복제품은 온라인에서 모두가 볼 수 있지만 NFT는 단 한 사람이 소유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준다”고 말했다.

앞서 전기차업체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의 아내이자 가수인 그라임스가 얼마 전 경매로 NFT 디지털 그림을 580만 달러에 팔아 화제가 됐다. 트위터의 창업자인 잭 도시는 자신의 첫 트윗을 NFT로 만들어 경매에 부쳐 250만 달러(약 28억원)의 호가를 올렸다. 미 프로농구(NBA)가 출시한 NFT 플랫폼 ‘NBA톱샷’에서 최근 르브론 제임스의 슬램덩크 영상이 20만 8000달러(2억 3500만원)에 팔렸다.

캐나다 가수 그라임스가 그린 디지털 회화. 그가 경매에 내놓은 작품 10점은 총 65억원 가격에 모두 판매됐다. /트위터

지난 4일 블록체인 회사 인젝티브프로토콜은 영국 ‘얼굴 없는 화가’ 뱅크시의 그림 ‘멍청이’(Morons)를 NFT로 변환해 경매에 내놓고, 관계자로 추정되는 이들을 통해 진짜 그림은 불태웠다. 유튜브 생중계에서 “가상과 실물이 병존할 경우 작품의 가치가 실물에 종속되지만 실물을 없애면 NFT 그림이 대체 불가의 진품이 된다”고 말했다. 이 그림은 지난 7일 가상 화폐 228.69이더(ETH)에 팔렸다. 약 4억 3000만원이다. ‘멍청이’는 미술 경매장에 모인 구매자를 조롱·풍자하는 작품으로, 그림에는 “이런 쓰레기를 사는 멍청이가 있다는 게 믿n 기지 않는다”는 글귀가 적혀있다.

①'Burnt Banksy'(불탄 뱅크시)라는 이름의 유튜브 계정을 통해 지난 4일 공개된 뱅크시의 그림 ‘멍청이’가 불타는 장면. 이 그림은 파괴됐지만 판매를 위해 가상으로 옮겨진 이미지는 경매에서 고가에 낙찰됐다. ②불타기 전 ‘멍청이’ 실물 그림. /유튜브

다만 온라인에 개방된 NFT 미술품의 이미지 사용 등 저작권 문제가 아직 모호한 데다, 고유 디지털값을 지닌다는 이유로 거액에 거래되는 상황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영국 로이터 통신은 “큰돈이 유입되면서 가격 거품을 보이고 있다”며 “열풍이 가라앉으면 손실 위험이 크고 사기꾼들에게 좋은 기회가 되기 쉽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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